
인천 남동구의 한 장애인표준사업장에서 20대 지적장애 여성 노동자가 70대 전직 임원으로부터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해 출산에까지 이른 충격적인 사건이 폭로되었다. DNA 감정 결과로 피의 사실이 입증되었음에도, 가해자 측은 ‘합의에 의한 관계’라는 파렴치한 주장을 펴며 범죄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본질은 발달장애 여성이자 노동자인 당사자를 향한 명백한 성폭력 범죄이자 중대한 인권 학대다. 인지적 특성과 거부하기 힘든 위계 관계를 악용해 장기간의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합의’를 운운하는 것은, 피해 당사자의 인격과 존엄을 두 번 짓밟는 행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중증장애인에게 최소한의 고용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로 표준사업장이 시행되었으나, 마땅한 학대 예방 대책도 없었던 낙후된 장애인 고용 제도로 인한 결과다. 표준사업장 제도가 단지 사업장 수와 고용 인원 숫자만을 내세우며 점진적 확대를 해왔으나, 사업장 내 인권 실태나 고용 현장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2026년에 들어서야 노동감독 대상이 되었다. 중증장애인에 대한 고용을 제공한다는 허울 좋은 제도 속에서, 사업주는 분리된 공간 속에서 사업주라는 권력을 동반해 장애인 노동자를 손쉽게 학대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형성되어 있던 것이다. 사업장 내 권력을 쥔 임원과 거절이나 의사표현이 어려운 발달장애 여성 노동자 사이의 불평등한 관계로 인해 일터였어야 할 곳이 존엄한 노동의 공간이 아닌 공포와 착취의 현장으로 전락했다.
장애인을 단지 고용 실적과 지원금을 위한 수단으로만 다루어 온 현행 장애인표준사업장 제도의 기만성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물적 확대만을 내세웠을 뿐, 정작 사업장 내에서 각각의 발달장애인 노동자가 어떤 위력과 성적·노동적 착취에 노출되어 있는지에 대한 인권 모니터링 체계를 전혀 갖추지 않았다. 그간의 장애인 고용 정책은 동정과 시혜적 차원 속에서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숫자만 늘리는 데 치중해 왔다. 그조차 의무고용과 고용부담금 모두가 낮은 수치에 머물러 실효성 자체에도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지금 드러난 학대 사건은, 결국 중증장애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실 있는 일자리가 부재했기에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응축적 사건이다.
장애인 노동자는 시혜나 통제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권리의 주체다. 정부는 중증·발달장애인이 어떠한 위력이나 폭력, 착취에도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고 존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 환경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라.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는 피해 당사자가 일상을 회복하고 가해자가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을 때까지, 장애인의 노동이 폭력의 사각지대가 아닌 권리중심의 현장이 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중증·발달장애인이 차별과 폭력 없는 존엄한 환경에서 지역사회의 주체로 노동할 권리 실현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사법당국은 가해자를 즉각 구속하고 엄중히 처벌하라!
-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고용 사업장 내 성폭력·인권침해 실태를 전면 조사하라!
- 장애인 노동자의 안전과 존엄이 보장되는 ‘권리 중심의 노동 환경’을 확립하라!
2026년 7월 23일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